유럽가는 길에 반나절 들른 모스크바에 대한 감상은 간단하게 몇줄의 글과 사진으로만 구성해보았다.


1. 악명높은 러시아항공이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기내식도 먹을만 했고, 짐도 잘 도착했다.

은퇴한 소련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행기 운전을 한다더니, 내가 타본 비행기중에 가장 부드럽게 착륙을 성공했다.


2. 춥다, 존나춥다.


3. 다 크다. 건물도 크고, 아줌마, 아저씨들도 크다.

영국가면 루니들이 걸어다니는 것처럼, 우즈벡에선 김태희가 밭을 가는것처럼.

러시아에는 담배파는 효도르, 버스운전하는 효도르, 환전해주는 효도르가 있다.


4. 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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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 이야기

생각 2016. 10. 31. 21:50

홀로하는 첫 여행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몇년간 투병하시던 아버지를 보내드렸던 3학년, 학기가 끝나가는 즈음 문득 유럽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했었다.

비행기도 한번 못 타봤으며, 국내 여행에 조차 전혀 취미가 없던 내가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휴학을 하고 미친듯이 밤낮으로 알바를 했다.


힘들었던 나에 대한 보상이었고, 현실의 탈출구였다. 여행을 다녀오면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

누군가에겐 가벼운 여행일 수 있으나, 그 한달간의 여행이 나에게는 인생의 답으로 보였다.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짜고, 소매치기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에게는 매우 특별했으나, 남에게는 흔해보이는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의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생각을 교환했다. 그러나 그들을 통해서 인생을 꿰뚫는 영감을 얻거나,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미친듯이 걸어다녔고, 밥은 주로 길거리에서 때웠다. 

여행기간동안 계속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끔은 왜 내가 비싼 돈 들여 사서 고생을 하고있는지 후회하기도 했고, 먼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내가 찾고자 했었던 답은 얻지 못했다.

마치 잠시 꿈을 꾼 것처럼, 한국의 모든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한달의 강행군과 장거리 비행으로 지쳐 며칠을 골골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을 했다.


그렇게 다시 일상의 시간을 보내며 문득 돌아봤을때, 여행에서의 기억을 자꾸 곱씹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 런던의 찬 공기나 지하철 안내방송, 낯선 사람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 끼니를 때우기 위해 산 더럽게 맛없는 샌드위치따위의 기억이 점점 아름답게 선명해져갔고,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이 내 인생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 때문에, 여태까지 꽤 여러번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취미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사진은 첫 여행 런던 도착 당일 저녁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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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채널을 통해 가장 열심히 홍보되고 있는 한국음식은 "김치" 이다.

맞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음식이며, 그 활용이 어마어마하긴하다.


그러나,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인위적으로 행해지는 홍보활동들은 (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김치에 대한 한국인의 왜곡된 집착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김치광고



김치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반찬이나,. 그러나 그야말로 "반찬" 일 뿐이다.

달고 짠맛으로, 밥을 잘 넘어가게 하는 역할이다.

"김치" 자체를 대표 메뉴로 하는 식당은 없다.  김치가 맛있는 집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이드 메뉴일 뿐이다.

물론 1대 1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위 광고에 짜샤이나 단무지를 대입했을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럼에도 이렇게 김치가 한식 홍보의 첨병이 된 이유는 아마, 정부에서 잡은 "신선하고 건강한 요리" 라는 한식의 컨셉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 발효를 거쳐야 하는 슬로우 푸드, 갖은 야채가 들어가 면역력에 좋은 음식.

이런 프레임안에 갇혀있는 한식이기에 김치, 비빔밥 외에는 홍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덕분에 정부예산을 투입해 이런 기괴한 만화영화도 만들었다.

(다음에서 김치 워리어를 검색하면 "김치 워리어 만든새끼" 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네이버 김치 워리어 페이지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616



진정 세계화를 원한다면, 기본 프레임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즐겨먹지 않는다면, 외국인 역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치", "비빔밥" 을 꼽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달달하고 매콤한 떡볶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Korean BBQ로 통칭되는 고기구이, 쌈문화는 재미있고 독특하다.

"짜장면"은 중국음식이 아니라, 한국에서 재창조된 완전한 한국 요리이다. (일본 라멘도 역시 중국식 음식이 변화된 것이나, 모두가 일본 음식이라 칭하니까..)

곱창, 소대창구이 정말 맛있다.


세금들여서 김치워리어식으로 제발 광고좀 하지 말고... 타임즈 스퀘어에서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김치만 먹이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민간 분야를 통해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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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 본점을 둔 이치란 라멘은, 거의 전국적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도쿄에만 해도 몇군데의 이치란라멘집이 있었는데,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집은 거의 없을정도로 인기가 많다


내가 간곳은 도쿄 시부야 점으로, 한참을 기다려서야 들어갈수 있었다.




이치란 라멘의 개성은 칸막이로 이루어진 개별 공간,

아래처럼 현재 빈자리가 어디인지 보여주는 시스템이 있고, 동행 숫자에 따라 자리를 배치해 준다.

(숫자 하나당 자리 하나를 의미함)




칸막이 안에 앉으면, 

기다리면서 자판기로 산 바우처를 내밀고 면 읽힘 정도, 맵기 등 기호를 적는다.

역시 전국체인답게 한국어 선택지도 있다.




매우 진한 돈코츠, 얇은 면발, 가운데 빨간것 이치란이 말하는 비법소스

국물의 맛은 느끼하고 짭잘하여 매우 자극적이다.


가슴은 국물을 다 먹으라 말하고, 머리는 국물흡입을 자제하라 말하지만

결국 가슴이 이겼다.




점수 


면발 : ★★★ : 가는 면으로, 단단한 편이지만 간이 잘 느껴진다.

차슈 : ★★★★ : 불맛은 느껴지지 않으나, 부드럽고 고소하다.

아지타마고(계란) : ★★★★ : 별도로 나와 까는 맛이 있다, 간이 잘 돼있다.

국물 : ★★★★ : 맛이 진하고, 매우 간이 강하다.

총점 : ★★★★


(위 점수는 매우 주관적인 평가로, 주문한 메뉴, 날씨, 본인의 당시 심경, , 배가 비어있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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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특이할 점은,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 대부분은 술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멀쩡하다.


물론 주사가 있는 사람들은, 술 먹은뒤 강력한 자기 반성으로 술을 다시는 입에 대지 않는 것일 수 있지만

나는 짧지 않은 음주 경력에서 오는 통찰력으로 "술버릇은 쌓이기 때문" 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만취하게 되면, 자기 내부에서 자기도 모르는 모습이 나온다.

누군가는 집에 귀가해서 잠드는 것이 주사일지 모르나, 만취가 반복되면 꼭 한번은 튀는 경우가 나온다.

길거리에서 자거나, 난폭해지거나, 울거나, 넉두리를 반복하거나,


만취해서 한번 새로운 모습을 꺼내두면, 그 모습의 친구는 언젠가 분명히 또 나타나고,

음주를 반복하고 반복하면, 그 친구의 자아가 점점 강해져 취할때 마다 나타난다.

그러니까, 술을 너무 좋아하면 술버릇이 쌓여서 나중에 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상하게 술이 점점 좋아져서 벗어나기 위해 뻘생각을 한번 해봤다.


나는 요즘 토닉화요와 블랑 1664를 즐겨먹는데,

화요는 25도짜리를 사서 얼음과 넣고 토닉워터와 2:3 으로 섞어먹으면 개꿀맛이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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